정착 생활이 시작된 후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착 생활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발전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농사'입니다. 자연 그대로에서 얻는 것만으로는 많은 인구의 식량을 감당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인류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물을 관리하고 날씨(천문)를 관측하고 농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 인구 증가 - 기원전 8000년
오랫동안 광범위한 지역에서 확산된 도시와 농업의 발달 속에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기원전 8000년경 이스라엘의 텔엘슐탄에서는 샘물을 이용하여 작물을 키우는 농업 방식이 발달했습니다. 이 초기의 도시는 인구가 2000명 이상이었고, 수렵 채집에 의존하던 기존 부족들보다 매우 규모가 컸습니다. 텔엘슐탄의 거주민들은 처음으로 진흙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면에 높은 돌벽을 쌓아서 다른 부족의 침입이나 홍수와 같은 재해를 막았습니다. 사회적 계급, 종교의식, 교환 경제, 토지 소유 등 현대 도시의 모든 특징과 생활 모습은 이미 텔엘슐탄뿐만 아니라 터키의 카탈후유크 등 초기 도시에서 등장했습니다.
2. 야금술 개발 - 기원전 6500년
야금술은 기원전 6500년경에 서아시아에서 개발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유용하고 강한 내구성의 도구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기술이었습니다. 기원전 7000년경 서아시아에서는 가마에서 도기를 구워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이후 처음으로 구리를 제련하는 기술로 발전시켰습니다. 카탈후유크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야금술사들은 대부분 구리를 주조하여 구슬과 작은 장식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어 기원전 4000년경에는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더 강한 금속인 청동을 만들어냈고, 이는 군사, 농업, 생활도구, 예술 등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구리와 주석의 활용이 곧 지역간 무역 거래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구리는 영국에서 생산이 되고 주석은 서아시아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청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역 거래가 필요해진 것이죠.
3. 물을 관리하는 시설 - 기원전 6000년
농지에 물을 대는 관개시설은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개발되었고, 이는 식량의 잉여 생산을 장기적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하여 작물 재배에 필요한 물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강수량이 적은 데다가 고온 건조한 곳이었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은 매해 범람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새로운 수로와 저수지, 댐, 제방, 도랑을 만들어 강물을 직접 밭까지 가져올 수 있게 했고, 이 덕분에 수확량을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기원전 5000년경에는 이러한 관개 시설이 더욱 발전하여 식량 생산이 더욱더 늘어나게 되었고, 이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 도시로 인구가 들어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구 상 최초의 도시들이 형성되는 기반이 되죠.
4. 벼농사 - 기원전 5000년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벼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풍부한 땅이 필요했습니다. 물을 보충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는 수로와 댐, 도랑을 건설하기 위해 큰 규모의 사회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관개 시설들은 기원전 5000년경 양쯔강 하류의 하모도 문화권처럼 습지보다 높은 지대에 나무 집을 지어 살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이들은 동물 뼈와 나무로 만든 농기구를 이용해 1년 동안 세 번의 수확을 하는 삼모작을 지었습니다. 벼를 재배하는 방법은 중국에서부터 인도, 남부아시아, 타이완 등으로 퍼져나갔고, 벼는 이들 지역에서 주요 작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5. 천문 관측 - 기원전 5000년
강수량과 일조량에 따라 수확량이 결정되는 초기 농업 지역에서 해와 달, 별에 대한 연구가 일찍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원전 5000년경에 이집트 남부의 누비안 사막의 나브타플라야에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의 집단 거석이 최초의 천체 관측 시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곳 거석들이 연결된 선은 1년 중 우기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하지점과 해가 뜨고 지는 지평선 지점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 나브타플라야의 거석은 이후 이집트 태양력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태양력이란 최초의 역법으로, 동쪽 하늘에 큰 개자리인 천랑성이 나타나는 주기와 나일강이 범람하는 주기가 같다는 것에 기초한 역법입니다. 이집트 달력은 1년을 12개월 365일로 나누었고, 곡물 수확을 기준으로 하여 시기 별 자연 현상에 따라 범람, 수확, 건기의 세 가지 계졀로 나누었습니다. 덧붙이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천문을 여름에 관측했기 때문에 밤을 12시간, 해가 뜬 뒤 질 때까지의 낮을 10시간, 해가 저물녘과 해가 뜨는 새벽녘을 각각 1시간으로 구분했습니다.
6. 옥수수 재배 - 기원전 4000년
다른 대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시작된 농사는, 전 지구적인 농업 혁명이 단 하나의 흐름으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중남아메리카에서는 수천 년 동안 아보카도, 감자, 호박, 고추 등을 계절에 따라 소규모로 재배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원전 4000년 멕시코 지역에서 토종 야생 식물이었던 옥수수를 식용 작물로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농경 생활의 막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옥수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잡종 교배 실험도 진행되었습니다. 옥수수의 생산은 추후 중앙아메리카에서 왕조들이 발흥하는 데 경제적 기반이 되었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남북 아메리카의 몇몇 창조 설화에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7. 쟁기 개발 - 기원전 4000년
소에 매달에 땅을 갈 수 있는 쟁기를 개발한 것은 그동안 직접 땅을 파고 씨를 뿌렸던 고달픈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습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기원전 4000년경 남유럽에서 길고 좁은 밭고랑에 작물의 씨를 뿌려 재배한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 것이 최초의 쟁기가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쟁기는 단단한 땅에서도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새로운 농지를 개간하는 데도 쓰였습니다. 효율성이 높아진 쟁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식량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구가 증가되었고, 농삿일에 소요되는 노동력을 줄여주어 사람들이 건축물을 짓는 등 다른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즉, 쟁기는 풍작을 가져온 혁신적인 농업 기술이었으며 인류의 문명 역사에서 더욱 복잡한 기술이 개발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