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을 통해 '임신거부증'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생소하고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오늘은 '임신거부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임신거부증이란
2020년도에 한 20대 여성이 당근마켓에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당시, 출산 당일에서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집에서 출산한 아기를 창밖으로 던져 긴급 체포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도, 여성의 가족들은 임신 사실조차 몰랐다고 진술했다 합니다.
더 이전인 2006년에는 한국에 거주 중인 프랑스 여성의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 여성은 한국에서 영아 두 명을 살해한 뒤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었는데, 이 여성은 당시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었고 자신이 임신 중인 사실을 출산 직전까지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서도 이 여성은 '내가 낳은 것은 아이가 아니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신체의 일부였던 무언가를 죽인 것이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임산부'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인가요? 바로 배가 볼록하게 나와있는 모습일 것 같은데요. 그런데 어떻게 본인이나 가족들이 임신 사실을 모를 수가 있는지, 저는 저 여성들이 주장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 있습니다. 바로 '임신거부증(Denial of pregnancy)' 입니다. 임신거부증을 겪게 되면 놀랍게도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찾아오지 않아서 출산 순간까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모를 수 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뱃속의 태아도 자신을 원치 않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게 되면 '알아서 조용히' 숨어서 자란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신체적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태아의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자세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임신거부증은 산모가 임신 자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일종의 심리적 또는 정신적 증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건 중, 프랑스 여성의 경우 실제로 수개월간 심리 검사를 통해 정신질환을 인정받아 감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임신거부증 진단 기준
임신거부증을 진단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정서적, 신체적으로 모두 임신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 신체적으로는 임신을 인지하고 있으나 정서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 임신 말기에 임신임을 인지했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정하는 경우
원인
이는 정신적인 병력과 관련이 있는 경우, 그리고 관련이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신병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환경에 놓여져있을 때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임신거부증을 앓게 되면 자신의 임신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숨기고, 태동을 마치 가스가 찬 것과 같은 생리적인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임신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즉, 일종의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게 되는 것이죠.
- 너무 어린 나이,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상태, 미혼모인 경우가 많고
- 기저 정신과적 질환이 없으며
- 원치 않는 임신, 성폭행, 학대 등과 관련이 있는 경우
아래와 같이 정신병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도 발병할 확률이 있습니다. 이 경우, 태동과 같은 임신 증상을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기저 정신과적 질환이 있고
- 정신분열증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
- 우울증이나 약물사용, 망상 환자들
증상
위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임신거부증을 앓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좀 더 정리해서 나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태동, 입덧, 유즙 등 임신 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음
- 임신 중에도 생리를 함
- 출산이 임박했음에도 진통을 느끼지 못함
위험성
임신거부증 상태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 어떠한 위험이 있을 지 살펴보겠습니다.
- 아이가 탄생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됨
- 아이를 눈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어 함 > 영아 살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음
- 자신이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성애도 전혀 발현되지 않음
물론 모든 임신거부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위험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방 및 치료가 필요해보입니다.
발생 빈도
그렇다면 임신거부증이라는 생소한 병의 발생 빈도는 어떻게 될까요? 매우 드물지만 아래와 같은 빈도로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 ~임신 20주경 : 475명당 1명
- 20주~만삭까지 : 2455명당 1명
여기까지 임신거부증에 대해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저도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증상을 겪었거나 겪게 될 산모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이 세상 모든 산모와 아기들이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를 갖기를, 그리고 아픔을 잘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마칩니다.